최근 '일진회' 문제가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후배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중학생 일진회 22명을 경찰이 검거했습니다. 특히 후배 남학생 7명을 자위행위 하도록 시키는 짓과 가출한 여중생을 성폭행한 일은 사회적으로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TV와 인터넷 뉴스 등은 청소년의 일탈 원인규명과 대책마련에 대해 다루기보다는 일진회와 관련된 선정적인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자극적인 기사가 아쉬운 판에 중학생 일진회 사건은 언론사들로서는 좋은 기사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폭력을 넘어 자위에 성폭행까지', '조폭 문화 뺨치는 일진회의 일탈' 등의 제목으로 기사를 게재한 언론사들은 진정으로 이 땅의 청소년 문화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기사를 싣고 있는 것일까요? 혹시 더 많은 독자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붙잡기 위한 하나의 전략은 아닐까요?

획일적인 학교

청소년기는 인생을 배우고 준비해야 할 시기이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성적 욕망이 가장 왕성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성적 에너지는 어떤 식으로든 통제하고 승화하지 않으면 폭력적인 방식으로 분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 심리학의 상식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현실은 심리학의 상식이 무시되곤 합니다. 학교의 어디를 둘러보아도 학생들의 성적인 에너지를 문화적으로 승화시킬 공간은 보이지 않습니다.

학교는 단지 공부하는 공간일 뿐, 학생들의 문화가 개화하는 공간은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클럽 활동, 특별 활동, 과외 활동은 명목에 지나지 않으며 예체능 과목 조차 '곁다리 과목'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국어, 영어, 수학 등 중요 과목은 놓쳐서는 안 될 '전략 과목'에 불과하고, 봉사활동은 수시입학의 전형자료로서 활용되는 '평가 항목'에 불과합니다. 이것이 냉혹한 현실입니다. 성적지상주의의 학교풍토 속에서 소위 '범생이'들은 인정도 받고 개인적 자존심을 세울 수도 있지만 성적이 좋지 않고 공부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은 주먹쪽으로 기울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폭력 논리의 핵심은 효율성입니다. 누구나 노력과 비용이 적게 드는 쪽으로 자신의 행로를 결정하기 마련입니다. 같은 결과라면 가급적 빨리, 적은 비용을 들여 도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이 효율성의 논리야말로 우리 사회에 가장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학교 현장에도 반성 없이 적용되어 왔습니다. 성적 부풀리기도 그런 논리의 연장선상이며 입시성적으로 학교를 평가하는 세태도 그런 논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차근히 설명하기보다 몇 대 때리면 학생들은 금방 이해한다는 생각이 학교에 팽배합니다. 무자비한 체벌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인규명없는 체벌은 방치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폭력은 안 된다'하면서도 일선 교사들이 체벌의 충동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도 폭력이 갖는 막강한 효율성에 기초한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체벌 외에도 얼마든지 좋은 수단이 있습니다. 체벌 이외의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지 않고 체벌에 의존하는 풍토는 학생들에게 '말 안 듣는 후배들은 따끔하게 다스리면 된다'는 식의 폭력만능주의를 부추길 우려가 있습니다. 체벌이 폭력을 낳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문화

얼짱, 몸짱 등 우리 사회는 어떤 사회보다 '짱' 즉, 서열과 등급을 중시합니다. 이런 가부장적이고 계급적인 문화는 합리적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아버지 말씀이니까, 선생님 지시사항이니까, 선배 명령이니까 무조건 들으라는 식입니다. 학교의 문화도 이런 가부장적 질서에서 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수능시험일 새벽부터 고사장 앞에 후배들이 진을 치고 있다가 선배들이 고사장에 들어갈 때 넙죽 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아름다운 미풍양속이라고들 말합니다. 마음에서 우러난다면 그럴 수 있지만 그것은 평등한 관계에서 보여줄 수 있는 우의의 관계를 넘어섭니다. 후배는 깍듯이 선배를 대접해야 한다는 가부장적 권위주의의 소산을 뿐입니다. 찬 겨울 날씨에 땅바닥에 엎드려 절해야만 선배에 대한 후배의 에절이 바로 서는 것인가?

대학교 신입생 과음으로 사망한 학생들을 보면서도 생각합니다. 선배가 주는 술이니 반드시 받아마셔야 한다. 불합리와 몰이성을 예절로 둔갑시키는 문화가 조직폭력 문화의 근간을 이룹니다. 거리에서 싸움이 나면 '너 몇살이야?', 캠퍼스 싸움에서는 '몇 학번이야?' 등은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권위주의의 또 다른 면입니다. 이성적으로 타인과 대화하기보다는 학번으로 나이로 누르는 태도가 그것입니다.

아이는 어머니의 얼굴을 닮고 아버지의 손을 닮는다

속히 일진이라 불리는 아이들의 가정환경을 살펴보면 아버지가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알콜중독자 또는 어머니에게 손찌검을 하는 아버지를 둔 아이들의 대부분은 폭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폭력은 순환되고 답습된다는 말이 있듯이 결국 지금 청소년의 폭력도 우리 아버지세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을 한번쯤 해봐야 합니다. 이혼율은 갈수록 치솟고 가정폭력이 이제는 놀랍지 않은 사회에서 아이들의 폭력적 성향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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