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조명된 훈민정음 해례본, 훈민정음의 창제 의의를 밝힌 예의뿐 아니라 자모의 쓰임새를 설명한 해례가 함께 들어있는 판본이 문화재청의 얄팍한 꼼수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주 훈민정음 해례본은 2008년 7월 지역 골동상인 배 씨가 국보지정 신청을 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국보 80호이자 세계기록유산인 간송미술관 소장 훈민정음 해례본보다 보존상태도 좋고 소리와 표기에 관한 당대 연구자의 주석이 달려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발생한 소송과 꼼수가 결국 해례본의 자취를 감추게 하였습니다.



사건의 정황

 

배 씨는 해례본을 포함한 고서 여러권을 조 씨에게 샀습니다. 배 씨는 구입한 고서 중 해례본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문화재청에 신고하였고 그 가치가 인정되었습니다. 조 씨는 자신이 판매한 고서 중 엄청난 문화재가 있었다는 사실에 땅을 치며 후회하지만 되찾아올 방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정상적이라면 국가는 배 씨에게 해례본이 가지는 금전적 가치의 일부 보상하고 국가로 귀속시켜야 했습니다.

 

그러나 "배 씨가 내 집에서 해례본을 훔쳤다, 해례본을 찾는다면 국가에 기증하겠다."조 씨의 고소와 대법원의 "배 씨는 조 씨에게 해례본을 돌려주라. 즉, 해례본의 법적소유권을 조 씨이다."라는 판결이 배 씨는 범죄자로 조 씨는 애국자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국가는 이 판결로 해례본을 공짜로 가져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억울한 배 씨는 "훔민정음 해례본은 훔친 적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화가 난 배 씨는 해례본을 진공포장해 은닉해버렸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가는 배 씨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올해 초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대구교도소에 수감해버렸습니다. 결국 배 씨는 해례본이 은닉된 장소를 공개한다고 해도 범죄자에 불과할 뿐이니 아직까지도 공개할 의사가 없음을 확고히하고 있습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국가 보물의 차원을 넘어서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문화유산입니다. 마땅히 문화재청이 반환받아 국가차원에서 보존해야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공짜로 꿀꺽하려는 문화재청의 어처구니없는 계획(?)으로 해례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기회를 잃어버렸습니다. 국가와 문화재청은 강압적으로 해례본을 습득하기보다는 지금이라도 합당한 보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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