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시사매거진 2580'에서 대학생 취업문제의 심각성을 집중조명한 편을 시청했습니다.

 

수 많은 예비취업생이 방한칸짜리 노량진 고시촌에 박혀 오직 고시패스만을 목표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 우리나라 취업난의 심각성을 새삼 느꼇습니다. 그들에게 여가와 자기생활은 사치였으며 오직 공부만을 위해 모든것을 포기하고 살고 있었습니다. 단적인 예로 돈도 돈이지만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고시촌 근처 노점상에서 '컵밥'이라는 음식으로 아침이나 점심을 때우는 것이였습니다.

 

친구와 여유있는 점심 한 끼조차 하지 못하는 생활이 훗날 값진 대가로 돌아오길 기원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고시촌에만 존재하는 컵밥이라는 독특한 음식문화에도 눈길이 쏠렸습니다. 컵밥은 말 그대로 종이컵 같은 곳에 밥을 담아 파는 것인데 비빔밥과 김치볶음밥, 제육덮밥, 카레덮밥 등이 주 메뉴도 가격도 2000~2500원 밖에 하지 않아 고시생이나 대학생에게 큰 인기였습니다.

 

그러나 방송 이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컵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컵밥을 판매하는 노점상 주변 식당들이 컵밥 때문에 장사가 안된다는 이유로 구청에 민원을 넣은 것입니다. 법적으로 길거리노점상은 모두 불법인 까닭에 구청은 떡볶이 등 분식류는 허용하겠지만 '식사류 판매금지'라는 안을 내놓고 컵밥을 단속하기 시작했으며 결국 길거리 컵밥 문화는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대기업에서 부활한 '컵밥'

 

사라진 컵밥에 아쉬워하던 학생들은 노점이 아닌 곳에서 다시 컵밥을 찾게 되었습니다. GS25 편의점에서 1950원짜리 컵밥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또한 고시촌 주변을 중심으로 프랜차이즈 '컵밥집'이 늘어나고 있고, 백화점에서조차 식품코너에 컵밥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노점상의 '컵밥' 아이디는 결국 대기업의 차지가 되었고 시간이 지속될수록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GS25 관계자는 "고시촌, 대학가 주변에 컵밥이 인기가 많은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노점과 식당사이의 다툼에 대기업만 웃는 꼴이 되버렸습니다. 식당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단속하기 시작한 컵밥이 대기업의 주머니에 들어갔고 결국 노점과 식당 모두 하늘만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편의점, 백화점, 마트 모두 소비자에게 굉장한 편의를 제공해주지만 관련업종에 종사하는 중소상인에게는 악마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재벌 기업들의 골목 상원 진출에 법적으로 제재를 가할수는 없지만 국민들로부터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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