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토론시간이면 한 번쯤 다뤄봤을만한 주제 '안락사', 여러분은 어떤 입장을 가지고 계신가요?

 

대한민국 성인 10명 중 7명은 사실상 치료가 불가능하다면 찌든 약냄새나는 병실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하느니 남은시간이라도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며 운명을 달리하는 '소극적 안락사'를 찬성한다고 합니다. 찬성 이유로는 가족들의 고통(69.4%), 고통만을 주는 치료(65.8%), 경제적 부담(60.2%), 환자의 요구(45.2%)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반대의견으로는 생명은 존엄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없다는 이유가 대다수였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약물주입으로 인한 직접적 안락사는 법적으로 금하고 있으며 의학적으로 치료불가능한 상태인 환자의 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에 대해서는 윤리적으로 판단하였을 경우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북 임실군에 사는 80대 노인은 폐암 말기로 고통받는 부인의 산소호흡기를 잘라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아내의 고통을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아내를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노인에게 붙잡혔다는 표현이 적합한 단어는 아니나 우리나라는 개인의 안락사 판단을 금지하고 있어 형법상으로는 범죄를 저지른 것과 같습니다.

 

보통 말기 암 진단을 내리는 시점에서 남아 있는 시간을 평균 11주로 본다고 합니다. 이 남은 기간동안 지속적인 항암치료를 하게 되면 대부분 부작용으로 인해 응급상황이 발생하고 중환자실로 보내져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기 등에 의존해 남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입니다. 위 80대 노인분도 이 과정에서 미리 준비한 칼로 호흡기를 절단해 부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것입니다. 중환자실에 보내지게 되면 실제 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에 비해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를 더 살 수 있으나 스스로 죽음을 받아들이고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환자실에 갇혀 서서히 생명을 잃어가는 것보다 값져 보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같은 선택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보호자는 투병 의지를 꺾는다는 이유로 환자에게 사실을 통보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보통 보호자는 말기 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는 사실을 모르고 있게 됩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임종에 대한 의사도 표현하지 못한 채 중환자실로 옮겨지고 거기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죽기 전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하나도 해보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는 것입니다.



병을 고칠 수 없어 11주의 시간만이 남는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습니까?

 

'부모와 여행을 가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 이성친구가 죽음을 알 수 없도록 헤어지고 싶다, 가족에게 영상 편지를 남기고 싶다, 끝까지 치료하겠다.' 등 다양한 설문조사가 집계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처럼 죽음의 순간을 앞두고 하고 싶은 일은 모두 제각각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아내의 고통을 바라보지 못하고 호흡기를 잘라버린 부부, 이 부부는 적어도 50년이란 세월을 함께 했습니다. 남편으로서 자신과 일생을 함께한 아내를 떠나보내고 싶겠느냐만은 자신보다 마지막까지 아내를 생각한 그 결정, 자신은 범법을 저지른 것이지만 그것이 평생을 함께한 남편이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줄 수 있는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개인의 안락사 판단이 위법일지라도 인간주의적 관점에서 해결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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