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규장각 의궤, 그 역사적 가치를 직접 느끼다

대한민국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수료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외규장각 의궤', 작년 4월 14일 145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의 역사적 가치를 국민들이 느낄 수 있도록 특별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책으로만 보았던 외규장각 의궤를 직접 보고자 광주를 찾았습니다. 서울에 이어 지방에서는 첫 선을 보이는 전시로 지방사람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가 찾아온 것이지요. 광주국립박물관을 찾아가시면 무료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의궤'란 조선시대 국가나 왕실의 주요 행사 준비와 진행 과정을 글과 그림으로 정리한 일종의 종합 보고서 형태로 조선시대 국가 통치철학과 운영체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록문화유산입니다. 유네스코에서도 이 역사적가치를 인정해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전시되는 '외규장각 의궤'는 1866년 병인양요때 프랑스군이 의궤를 약탈한 후 145년만에 고국에 반환되어 국민들에게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전시는 크게 '조선의 기록문화와 외규장각 의궤', '왕실 중요행사의 세밀한 기록-의궤', '외규장각 의궤가 돌아오기까지'의 3부로 구성되었습니다. '조선의 기록문화와 외규장각 의궤'에서는 조선시대 다양한 기록문화와 유교적 통치이념으로 바라본 의궤의 가치 및 변화와 제작방법 등을 설명했고, '왕실 즁요행사의 세밀한 기록-의궤'에서는 의궤에 담겨진 조선왕실의 중요행사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외규장각 의궤가 돌아오기까지'에서는 병인양요 당시 외규장각 의궤가 프랑스로 약탈된 후 145년 만에 대한민국으로 돌아오기까지 과정, 학술단체 및 관련기관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임금이 보는 어람용 의궤의 섬세함과 정교함은 직접 눈으로 봤을 때 뭐라 형용할 수 없을만큼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직접 눈으로 보면 표지부터 그 정교함이 분상용 의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놀랍습니다. 의궤로 인해 조선시대 왕실의 생활상을 거의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역사적 가치도 있지만 의궤를 구성하는 그림과 글들 자체만으로도 가치를 느낄 수 있었지요.

의궤를 보면서 인상깊었던 점은 그 당시 왕이 얼마나 존엄한 존재였는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의궤 중간중간 작성된 임금의 이름은 포스트잇처럼 생긴 빨간 종이로 덧붙여 아무나 쉽게 볼 수 없게 하였고, 왕의 결혼이나 사망시를 상세히 표현한 곳에도 어찌 신성한 왕의 옥체와 용안을 그리겠는가라고 생각해 왕을 그리지 않거나 그려도 얼굴은 그리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자신들의 문화유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교체하기 전 훼손한 표지까지 완벽하게 보관할 정도로 문화유산들을 잘 보관하고 있는 프랑스에 놀랐습니다. 우리나라는 우리의 유산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는데 말이지요.

역사적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은 말과 그림으로 백번 설명해본 한 번 직접 보느니만 못합니다. 앞으로 어느 곳에서 의궤 특별전시가 열릴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 열리고 있는 광주 근처사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방문하시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