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밤이 되면 어김없이 KBS '개그콘서트'를 시청합니다.
생각없이 웃을 수 있고, 그로 인해 끝나가는 주말의 우울함을 조금이나마 떨쳐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오래되거나 혹은 시청자의 웃음을 유발할 수 없는 코너들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새로운 코너들이 생겨납니다. 이와 같은 로테이션 속에서 그제 만우절 방송된 개그콘서트에서 '교무회의'라는 새로운 코너가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교무실을 배경으로 한 이 코너는 교감과 각 교과담당교사간의 회의를 웃음의 소재로 이용한 코너입니다. 아래는 1일 방송된 '교무회의' 코너의 웃음 유발 상황을 한 두가지 적어봤습니다.
윤리교사인 송준근은 바닥을 침을 뱉으면서 '눈 깔아'라고 말하기도 하고, 학생들이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해오기 때문에 학교에서 배울 것이 없다는 교감의 말에 '학생들하고 술 한잔 하며 면담해야겠다'라는 등 직책과 어울리지 않는 언행으로 웃음을 유발합니다.
미술교사인 양상국은 미술 책이 너무 얇아 미술시험에 수학문제를 출제하고, 미술시간에 학원숙제하는 아이들을 제재하지 못해 교감에게 명단을 주면서 혼내달라는 무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개그는 개그일뿐, 오해하지 말자'
'교무회의'의 일부 내용들은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공감하면서 웃을 수 있는 내용들도 있습니다. 반면 현실과는 동떨어진 내용이지만 과장과 희화화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개그는 개그일뿐, 오해하지 말자'라는 말에 대부분 공감하실겁니다. 예전, 개그맨 최효종씨가 웃음의 소재로 정치를 이용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강모씨가 명예훼손으로 최효종씨를 고발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현대 정치인에게 신물나있던 네티즌들은 "개그를 개그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발끈하는 것은 오히려 찔리는 구석이 있으니 그런 것이다, 현대 정치인들이 더하면 더했지 최효종의 발언이 과한 것은 아니다."라며 강모씨를 심하게 비난했고, 오히려 강모씨가 사과의 발언을 하는 것으로 사건은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교사풍자는 교사의 명예훼손 문제와는 별개로 분명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가뜩이나 교과부의 각종 정책으로 교권이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와 같은 사회와 환경의 문제로 학생들은 갈수록 통제하기 어려워지는 반면 교권을 실추되니 한 명의 교사가 20~30명의 학급을 이끌어가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여교사들은 학생들의 정신적폭력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몇몇 교사들은 청소년비행, 학교폭력 등은 슬며시 외면하고 오직 가르치는 수업에만 집중하는 반쪽짜리 교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요즘 학교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들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대부분 학교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의 근원은 입시위주의 학교풍와 교권실추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즉 다른말로 입시위주의 학교풍토와 교권실추를 개선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개그콘서트 '교무회의' 코너는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교사를 희화화하는 것은 교권실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사소해보일지라도 정말 심각한 지금의 교육제도와 현실속에서 이제는 작은 것조차 예민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교사를 희화화해서 웃음을 유발하기보다는 지금의 그릇된 교육제도를 희화화해 작게나마 교육적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Before 2016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곽노현 징역구형, 선거철 웃음주는 3단 꼼수 (5) | 2012.04.05 |
---|---|
[기러기 아빠 자살] 사태의 심각성 (3) | 2012.04.04 |
야간자율학습 폐지, 근본부터 해결해야 가능 (5) | 2012.04.02 |
사립고 교사 채용, 설마했는데 이정도였다니 (4) | 2012.04.01 |
애꿎게 버려지는 신생아, 도대체 무슨 이유로? (2) | 2012.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