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는 '야간자율학습', 일부 헷갈려하시는분들이 있어 의미를 약간 부연설명하자면 야간자율학습은 야간에 자율적으로 공부한다는 의미지 자율적, 선택적으로 하는 학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하고 글을 써내려 가겠습니다.
학생인권조례안이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실 겁니다. 그 중 하나인 학교는 학생에게 야간자율학습을 강요할 권리가 없다는 사항, 이로 인해 올 학기초 개학을 맞은 고등학교에 엄청난 민원전화가 끊이질 않았었습니다. 조례안와는 별개도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을 학생들에게 반강제적으로 권했기 때문입니다.
예 : 강제적 야간자율학습을 거부한 학생에게 자퇴를 요구한 모 고교
광주의 한 여고에서 야간자율학습을 빼주라는 학생에게 담임교사가 자퇴서를 강요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 학생의 학부모는 딸이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것보다 독서실이나 조용한 곳에서 공부하기를 원해 1주일에 2번만 자율학습을 빠지겠다고 담임교사와 상담했지만 담임교사는 아이에게 야간자율학습을 빠지려면 자퇴서를 쓰라고 했습니다. 학부모는 야간자율학습은 학생, 학부모의 희망에 따라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것인데 담임교사가 아이의 학습권을 침해했다고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였고, 학교는 결국 잘못을 인정한 뒤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방향을 들어줬습니다.
학교는 왜 강제 야간자율학습을 시행하는 것일까?
먼저, 당연한 얘기지만 학생의 학습량을 늘리기 위해서입니다. 학생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공부를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하는 학생
2. 옆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하면 공부하는 학생
3. 누가 뭐라하든 공부와는 담쌓은 학생.
야간자율학습을 시행하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3번에 해당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는 특히 2번에 해당하는 학생을 학교에 강제로 묶어둠으로서 단 한 두시간만이라도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려고 합니다. 물론 이런 이유는 학교는 얼마나 더 많은 학생을 IN서울 혹은 명문대에 보내느냐에 따라 판단받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사교육 시장을 축소하려는 의도에서입니다. 정부나 교과부가 인권조례를 통해 야간자율학습의 자율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학교의 강제적 야간자율학습을 눈감아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 중 하나인 사교육 줄이기에 야간자율학습이 한 몫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대한민국 고등학교 야간자율학습이 모두 폐지된다면 사교육 시장은 지금보다 2~3배 증가할 것이 불보듯 뻔합니다.
마지막으로, 공부시간 증가에 따른 성적향상입니다. 혹자들은 야간자율학습시간 학생들을 강제로 붙잡아두는것은 학생의 성적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할 뿐더러 학생들의 자율적인 활동을 침해하는 비인간적인 행위라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강제적이든 자의적이든 학생들이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증가시킬수록 성적이 오르는 양상이 뚜렷히 드러난다고 합니다. 물론 그것이 자율적이라면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요.
개인적으로 야간자율학습에 대해 찬반 어느 입장도 아닙니다. 야간자율학습이 그 당시에는 힘들지만 후에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강제로나마 시킨것이 입시위주의 교육풍토에서는 그나마 도움이 되었고, 고등학교 학창시절의 좋은 추억들을 야간자율학습시간에 쌓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하고 싶은 말은 야간자율학습의 폐지 논의에 앞서, 입시위주의 교육풍토를 개선하는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근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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