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보다 외국어가 중요시되는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에서 자녀의 외국어 교육을 위해 아내와 아이들을 외국에 보내고 혼자 남은 아버지를 지칭해 '기러기아빠'라고 합니다. 특히 '기러기아빠'라 불리는 이유는 기러기의 습성때문입니다. 기러기는 평생 일부일처로 살면서 부부애가 좋으며 암수 중 하나가 죽으면 상대가 잃은 짝을 그리워하며 혼자 삽니다. 이 모습이 마치 자국에 홀로 남아 외국의 아내와 아이들을 그리워하는 모습과 비슷하여 그런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재밌는 것은 경제적 여건에 따라 '기러기아빠', '기러기엄마'가 아닌 다른 명칭으로도 불린다는 것입니다. 경제적 여유가 넉넉해 언제든 가족을 보러 갈 수 있는 '독수리아빠', 그럭저럭 경제적 여유가 되어 간혹 가족을 보러 가는 '기러기아빠', 마지막으로 생활이 어려우나 오직 자녀의 외국어교육을 위해 모든 수입을 보내 가족을 한 번도 보러 가지 못하고 골방에 홀로 틀어박혀 그리워만 하고 사는 '펭귄아빠'가 그것입니다.

연예계 대표적인 기러기 아빠로는 '지석진', '김흥국' 씨가 있습니다. 기러기생활 10년차에 접어드는 김흥국씨는 가족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반면, 기러기생활 초기의 지석진씨는 '아내가 없으니 그렇게 자유로울수가 없다, 이곳은 천국이다' 라는 말 등을 농담삼아 무용담으로 말하고 주변 권태로운 유부남들은 부러운 시선을 보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같은 기러기생활임에도 다른 감정을 나타내는 이유는 기러기생활의 기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1단계 : 미래를 위해 울며 떠나 보내지만..

떠나는 순간만큼은 눈물을 참기 어렵지만, 기러기아빠가 되려고 결정하는 과정에 후회는 없다. 가족의 해체라는 개념보다 자녀의 미래라는 과제가 훨씬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이들이 논의한 뒤 아빠에게 최종 선택만 남는 경우도 많다. 경쟁 대신 인격적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외국어의 조기습득은 한국에서 상당한 메리트로 작용한다는 점이 슬픈 이별을 달래는 위안이 된다.

2단계 : 화려한 솔로는 오래가지 못하는데..

아빠들은 처음 씩씩한 출발을 다짐하기도 하고, 해방감을 만끽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분명 오래가지 않는다. 대다수의 가장은 집안 살림과 자신의 건강관리에 소홀하게 되고, 주발이면 딱히 할 일이 없다. 가족과 함께 지내는 친구를 불러내는 것도 한 두번이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경우에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힘들도 아빠의 어깨는 점점 쳐져가기만 한다.

3단계 : 가족은 점점 멀게 느껴지고..

엄마와 아이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화제에 그냥 웃고 듣기만 하는 아빠, 사실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지만 그저 웃기만 한다. 서로 떨어져 있다보니 오히려 가족의 소중함보다 가족간의 유대감이 약해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처음 떨어진 가족을 방문하는 아빠는 열렬한 환대에 흐뭇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마저도 거리감이 생긴다. 문화적 차이와 감적적 교류의 단절의 발견이 시작된 것이다.

4단계 : 우리는 과연 행복해질까..

지금의 희생이 아이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면 과연 행복해질까라는 의구심이 밀려온다. 미래를 위한 가족 해체라는 결단에 의구심이 생기면서 애초에 이 길을 선택하게 만든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에 강한 불만이 생기게 된다. 아이의 미래와 맞바꾼 가족의 삶은 과연 현명한 결정이였을까

언젠가는 행복한 가정을 꾸릴 것이라는 희망으로 홀아비 생활을 하지만 온기없이 불 꺼진 집을 홀로들어가며 느끼는 쓸쓸함,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능인 육체적 욕구에 아빠는 유흥업소로 아내는 탈선으로 사실 상 퇴색되버린 '부부'라는 의미, 문화적차이와 감정적 교류의 단절로 시간이 갈수록 소원해지는 가족간의 유대, 이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 아이의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가족의 삶을 포기하는 불편한 진실.

어쩌면 이 모든 희생을 감수하면서 살아가는 기러기가족은 대한민국의 입시위주의 교육 풍토가 빚어낸 결과가 아닐까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