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정부는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방안이나 대책이 교사, 학생, 학부모, 학교, 국민에게 큰 공감을 사고 있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말이 나오기도 했지요.

'교과부의 정책이 산으로 가니, 학생들이 등산복을 그렇게 입나 보다.'

이번에도 교과부에서 결정한 사항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제목에도 언급하다시피 '일진있는 학교를 공개' 하는 정책인데요. 공개 시점은 4월로 정해졌고, 학교폭력 피해의 구체적인 사례가 적힌 주관식 서술문항의 분석 결과는 열람을 원하는 학부모에게만 공개하고, 학교에 일진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 비율은 가정통신문을 통해서만 공개된다고 하나 사실상 학교 인근 주민들에게 모두 공개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얼마 전 실시한 학교 폭력 전수조사, 1만 1672개교 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 '우리 학교에 일진이 있다' 라는 물음에 9579개교가 한 명이상 '그렇다'라는 응답이 나왔습니다. 교과부의 정책대로라면 이에 해당하는 학교는 앞서 언급한 사항을 정보공시와 가정통신문을 통해 공개해야 합니다.


일진있는 학교 공개의 문제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 모 고등학교는 90년대부터 00년 초반까지 속칭 좀 노는 학생들이 주로 다니는 학교였습니다. 도시 내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이면 십중팔구 그 고등학교였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당시 해당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고을리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고교평준화로 일반인문계 고등학교가 되었고, 도심의 발달로 도시 내 최고의 위치에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사립고등학교로 학교시설이나 교사들의 질도 다른 학교에 비할 바가 아닐 정도로 변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학부모는 자녀를 그 학교에 보내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낙인이란 이런 것입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과거의 이미지가 영향을 미칩니다.

일진있는 학교 공개도 똑같습니다. 일단 일진있는 학교로 공개되면 학교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됩니다. 부모들은 당연히 그 학교에 보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고, 일부 학교폭력이나 일진이 존재하지 않는 학교에 편중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학교의 빈인빈 부익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학교에서는 필연적으로 학교폭력 설문 문항에 개입하게 될 것입니다. 학교폭력을 은폐하는 학교를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것이 교육청의 입장과 정반대로 말이지요.

또 다른 문제는 학교 폭력이나 일진 존재 여부를 공개한다면 학교에서 조심하고 노력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일단 공개된 지표를 어떻게 활용하고, 공개된 학교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이 전무하다는 것입니다. 대안도 없이 학교폭력과 일진이 존재하는 학교를 공개한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요?

학교폭력을 뿌리 채 뽑으려는 정부나 교과부의 노력이 보이기는 합니다. 다만, 일진학교 공개는 사안이 사안인만큼 독단적이고 급작스럽게 시행하기보다 학교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등 신중함을 기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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