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을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을미'라는 말을 들으면 당연히 떠올리는 '을미사변', 김진명 작가의 '황태자비 납치사건'의 개정판 '신 황태자비 납치사건'은 과거사를 인정하고 반성하기는 커녕 적반하장의 자세를 보이는 일본 우익단체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특히 '난징대학살'의 유일한 생존자의 조손인 중국인 펑더화이'명성황후 시해'의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하야시가 황태자비를 납치, 일본 정부에 「한성공사관발 제435호 전문」과 「1937년 12월 13일 자 <동경일일신문>」을 공개하면 황태자비를 풀어주겠다는 이야기를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예측하시다시피 「한성공사관발 제435호 전문」은 1895년 10월 8일 명성황후 시해를 지켜본 전 법제군 참사관이며 당시 조선 정부의 내부 고문관이였던 이시즈카 에조가 법제국장관 스에마쓰 가네즈미에게 보낸 장문의 비밀보고서이며 「1937년 12월 13일 자 <동경일일신문>」은 1937년 중일전쟁 당시 일본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살인을 부추긴 내용, 그 중 무카이 도시아키 소위와 노다 츠요시 소위의 '백 인 참수 경쟁'을 마치 게임과 같이 보도하였고 이를 일본 전 국민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 패전 이후 열린 난징 전범재판에서 증거 자료로 채택되어 기사 속 두 소위는 사형되었습니다.





「한성공사관발 제435호 전문」은 어떤 내용인가?


일명 에조보고서라 불리는 이 문서는 실제 존재하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스에마쓰 장관님, 정말로 이것을 쓰기는 괴로우나 건청궁 옥호루에서 조선 왕비를 시해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보고를 드리고자 합니다. 조선 왕비는 강제로 저고리가 벗겨져 가슴이 훤히 드러난 상태로 머리채를 잡혀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낭인 하나가 거센 발길로 조선 왕비의 가슴을 밝고 짓이기자 또 하나의 낭인이 조선 왕비의 몸에 칼을 써 두세 군데의 상처를 냈습니다. 일은 그 후에 시작되었습니다. 낭인들은 조선의 가장 고귀한 여인을 앞에 두자 갑자기 숙연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내 낭인들은 조선 왕비를 완전히 발가벗겼습니다. 한 낭인이 발가벗겨진 왕비의 음부를... 손가락을 넣고 급기야는.... 꿈틀거리는 조선 왕비를 앞에 놓고 낭인들은 대 일본 만세를 불렀습니다.


- 신 황태자비 납치사건, 김진명 저 옮김 -


이와 같습니다만, 

이는 김진명 씨가 덧붙친 내용이며 실제 원본은 아래와 같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이 땅[當地]에서 어제 아침에 일어난 사건에 대하여는 벌써 대략 아시겠지요? 
왕비배제의 건은 시기를 보고 결행하자는 것은 모두가 품고 있었던 것이지만 만일 잘못하면 바로 외국의 동정을 일으키고 영원히 諸國에 점할 일본의 地步를 망실함이 필연한 것이므로 깊이 경거망동하지 말 것은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도 없는 일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하여는 저는 먼저부터 모의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습니다만 오히려 어렴풋이 그 계획을 조선인으로부터 전해 들어서 조금씩 알게 된 바에 의하면 국외자로서 그 모의에 참여하여 심지여는 浪人(낭인)들이 병대의 선봉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그 방법은 경솔천만으로 거이 장난[兒戱]에 속하지 아니한다고 사려되는데 다행히 그 가장 꺼림칙한 사항은 외국인은 물론 조선인에게도 서로 알려지지 않는 모양입니다. 현 공사에 대하여는 조금 예의가 없는 느낌이 가나 일단 사실의 대요를 보고드리는 것이 직무 상의 책임일까 생각해서 아래와 같이 간단히 말씀 드리는 바입니다.
 
1.발단
왕비배제의 필요에 대하여는 미우라(三浦)공사도 벌써부터 깊이 느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오늘 이것을 결행한 이유는「위급의 경우에 러시아에 원병을 요청한다는 약속」및 「훈련대 해산의 계획」을 궁내부에서 세웠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훈련대를 이용한 것입니다.)

 

2.名義
훈련대 해산、병기몰수의 內議를 듣자 부득이 대원군을 앞세워 大內에 哀訴하고자 해서 시위대에서 충돌하게 되었습니다. 왕성 앞에 있는 수비병은 이것을 진정하기 위해 四門의 경비에 종사했다고 말합니다.
 
3.모의자
추측하여 살펴보건데 오카모토(岡本)가 주모자인 것 같습니다. 대원군의 입궐을 斡旋한 것은 바로 이 사람입니다. 그 이외에 시바(柴)、크스세(楠瀨)、스기무라(杉村)가 密議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기타는 적어도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수비대장 마오하라(馬屋原)같은 사람은 명령으로 실행의 임무에 충당된 것 같습니다.
 
4.실행자
이 막된 짓의 실행자는 훈련대 이외에 수비병의 후원이 있었습니다. (후원은 혹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다만 수비병 외에 일본인 20명쯤이 있었습니다. 구마모토(熊本)현 출신자가 다수를 차지하여(한성신보사 迹)그들 중에 신문기자 몇 명 또한 의사, 상인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양장, 화장(일본옷)이 서로 섞여 있었습니다. 오카모토(岡本)는 대원군과 동시에 입궐하여 실행의 임무를 맡았습니다. 수비대의 장교, 병졸은 사문의 경위(四門警衛)에 그치지 않고 대문 안으로 침입했습니다. 특히 무리들[野次馬達]은 깊이 안으로 들어가 왕비를 이끌어내고두 세 군데 칼질을 저질러(刃傷을 입히고 나서) 나체로 하고 국부검사(우습기도하고 화가 치미는 일입니다(可笑又可怒)를 하고 마지막으로 기름을 뿌려서 태워버렸다든가 참으로[誠히] 이것을 쓰기 염려가 됩니다. 차마 쓸 수 없습니다. 기타 궁내대신은 몹시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했다고 합니다. 위는 사관도 도와주기는 했지만 주로 병사 외 일본인들이 저지른 짓인 것 같습니다. 대략 세 시간 여를 소비하여 위 막된 짓을 저지른 후 위 일본인들은 단총 또는 도검을 손에 쥐고 徐徐히 광화문(왕성정문)을 나가 군중 가운데를 뚫고  나갔습니다. 그 때가 벌서 여덟시가 지났고 왕성앞 대로(廣小路)는 사람으로 充塞했습니다.
 
5.외국사신
미국, 러시아 두 공사는 궁궐 내에서도 대원군 및 미우라 공사를 향하여 頻繁히 질문해, 다시 이 날 오후에는 각국 사신들이 더불어 일본공사관에 와서 하나하나 증거를 들고 詰問하여, 밤이 되어 각각 귀관했습니다. 미우라 공사는 변명에 아주 노력하여 결국 서로 쌍방이 이치만을 따져 끝장이 안 나는 논쟁이 있었지만 우리측(當方)은 너무나 아픔을 느끼지 않을 없었습니다. 
불행하게도 어떤 미국인[米人]이 현장을 목격하고 있었다 하니 보통 일반 조선인의 증언처럼 일방적으로 抹殺해버릴 수도 없지만, 미우라공사의 변명[辨解] 역시 아주 잘 한 것 같아요(공사의 담화에 의하면). 또한 대원군을 비롯하여 각 대신들은 굳게 약조해서 일본에 대하여 불리하지 않게 답변했습니다. 그렇지만 드디어 국제 문제화를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6.영향
만일 이 땅[當地]에서 외국 사신들 사이의 담화로 마무리되어서 국제문제가 안되더라도 그 요동문제에는 곧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공사는 국난일 경우에는 관직을 면하게(免官)되며 공사의 해임은 아마 잘 국제분쟁을 풀 것입니다. 요컨대 왕비가 종래 개혁의 방해인 사실은 저도 이것을 밤낮으로 분개하고 있었던 것인 만큼 그 단연한 처분을 기뻐함과 동시에 그 방법이 적당하지 않았음을 깊이 아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사는 위의 무리들(?次馬)에 대하여는 표면상 각자 처분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제외국의 곤란을 배제할 수 있는지 없을지 의문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물론 이런 막된 짓인 만큼 다소「실수」를 나타내는 것은 면치 못하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이번 일은 너무나도 「실수」가 많지 않았을까? 위는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미우라 공사에 대하여는 아주 不信實의 劇이겠지만 직무상의 의무에 쫓겨서 부득이 보고드리는 바이니 부디 잘 봐 주십시오.

김진명씨의 소설은 항상 그렇듯 소설인지 실제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하며 이 책을 읽은 독자는 에조보고서가 실제하는데도 왜 우리나라 교과서에 이런 내용을 싣지 않느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위 전문을 읽어보면 이에 대한 해석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시해에 관한 문서가 에조보고서 뿐 아니라 다른 문서도 존재하며 각 문서마다 기술된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을 정설로 받아들이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명성황후가 국부검사를 당하고 시해당했으며 기름에 태워졌다는 것이라는 것이지요.

어떤 사람은 김진명씨의 사실은 허구를 마치 진실인양 기록한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김진명씨의 소설을 통해 우리가 조금이라도 역사에 관심을 갖고 진실을 알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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