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뚜렁, 아폴로, 동전초콜렛, 미니카, 콩알탄, 뽑기 등 수 많은 추억의 불량식품(정확히 말하자면 중소기업 저가제품), 호주머니에 있는 100원짜리 동전 한 두개로 하교 후 뭘 사먹을까 행복을 고민을 했던 수업시간, 20대 중반이상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초등학교 시절 추억을 제공해준 문방구입니다.

 

이처럼 학창시절 학교와 문방구는 마치 악어와 악어새처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였지만 시대변화의 흐름에 따라 소비형태와 문화가 달라지면서 학교 앞 문방구가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시대변화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 머리는 생각하지만 우연히 얼마 전 20년만에 모교 앞 길거리를 지나가면서 느낀 가슴 속 공허함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 당시 7개 정도였던 문방구는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1개 그나마도 썰렁한 모습으로 학교 앞 빈 거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문방구가 왜 사라졌을까?

 

아이들의 놀이문화가 변화했습니다. 과거 등교 혹은 하교시간에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놀 수 있는 곳이라고는 문방구 뿐이였습니다. 등교시간에 문방구 앞에 있는 텐가이, 보글보글, 더킹 등 게임기계 구경하느라 지각하기는 일쑤였고, 내 차례에 뒤에 있는 아이들이 등교한다고 가버리면 그 100원이 아까워 초조해하면서 게임하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또한 딸기우유와 초코우유가 없어 제티는 등교 전 구입하는 필수 아이템이였고 2교시 끝나고 제티하나로 5명 이상이 나눠먹어 초코아닌 초코우유를 먹던 추억도 떠오릅니다. 그 밖에도 50원짜리 뽑기로 레고를 얻은 적도 있고, 가위바위보 메달기계로 미니카를 사서 문방구 앞 미니카트랙에 하루종일 앉아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아이들이 여유시간에 향하는 곳은 PC방, 카페, 게임랜드가 되었습니다. 동시에 줄어버린 단위학교당 학생 수는 문방구의 수익에 영향을 미쳤고 결국 하나 둘 장사를 지속할 수 없어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준비물 없는 학교' 정책과 대형문구점의 등장으로 문방구를 운영하는 영세자들이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복지차원에서 물론 바람직하지만 학습준비물 무상지원을 위해 실시하는 최저자 공개입찰에 사실 상 문방구는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문방구가 가격경쟁을 하고자 최대한 싼 가격으로 물품을 제공하더라도 학교와 대형문구점 사이의 모종의 거래에 아무런 실효가 없다는 것은 아는 사람이면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나마 개인별로 준비하는 필통, 연필, 지우개 등 학용품들도 대형마트에서 구입하고 있지 않습니까?

 

'준비물 없는 학교' 정책과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소비자를 옳지 않다고 할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어렸을 때 매주 준비했던 미술준비물 등이 부담되어 가져오지 못하고 빌려쓰던 아이들의 소외됨을 생각하면 오히려 잘한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고,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것도 소비자의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어린시절 추억이 담겨있는 문방구가 사라진다는 소식에 마음이 씁쓸해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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