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외수 작가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한 문구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일본식 표현으로 알고 있는 '닭도리탕'이 사실은 순우리말이라는 주장인데요. 10여년 전만해도 흔히 '닭도리탕'으로 불리던 요리는 '도리'가 일본어에서 온 것이라 판단한 국립국어원에 의해 어느순간 '닭볶음탕'으로 정정되었습니다.

 

이 같은 사례는 세월이 지나면서 흔히 있는 일이므로 대수롭지 않게 대부분의 국민이 받아들였고, 닭볶음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비슷한 예로 대한민국 외식거리 음식 중 하나인 짜장면의 표준어는 무엇인지 아시나요? 많은 분들이 '자장면'이라고 알고 있지만 '자장면'과 '짜장면' 모두 맞는 표현입니다.

 

1986년 외래어 표기법이 생긴 이후로 국립국어원에서 짜장면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었습니다. 짜장면은 한자로 '작장면', 중국어로는 '짜장미엔'인데 '짜'라는 소리는 중국어의 zh발음에서 가져온 것이므로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된소리 'ㅈ'으로 적는다라고 공식화한 것입니다. 이후 원칙에 따라 '자장면'으로 표기하고 발음하기 시작했지만 국민들의 현실적 언어체계와 거리가 있는 결정에 원성이 자자했습니다. 결국 국민들의 현실적 언어체계와 동떨어진 '자장면'이란 표기법은 2011년 '짜장면'으로 함께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요즘 언어표기의 추세는 비록 외래어일지라도 국민들이 오랜 세월 표준어처럼 사용해 왔다면 인정하는 추세입니다. 단지 '닭도리탕'은 우리의 민족감정을 부추기는 일본어이기 때문에 다른 외래어와 달리 오랜 세월 사용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닭볶음탕'으로 정정된 것이지요. 하지만 웃긴 것은 닭볶음탕으로 정정하였건만 정작 일본식표현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는 민족감정에만 치우친 판단이였다는 사실입니다.

정정한 이유는 닭도리탕에서 '도리'가 일본어 '새'에서 온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듯이 최근 닭도리탕에서 '도리'는 일본어가 아닌 순수우리말 도리(부분)를 나타내는 표현이라는 이외수 작가에 의해 닭도리탕은 우리말이라는 주장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습니다. 그 주장 자체는 익명의 네티즌이 하였으나 이외수 작가는 네티즌의 주장에 힘을 실어 언론에 퍼트린 것입니다.

만약 도리가 일본어라 가정한다면 닭새탕이라는 의미이나, 순우리말이라고 가정한다면 닭부분탕이니 오히려 후자의 주장이 타당해 보입니다.


[닭도리탕이 순우리말이라는 주장]

표준국어 대사전에는 일본어[tori;鳥]에서 온 글자이므로 닭볶음탕으로 순화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닭도리탕은 닭을 먹기좋은 크기로 잘라서 탕을 끓인 것을 말하는 것으로 '도리'는 도리다의 어원이다. 즉, 닭도리탕은 닭을 도려내어 먹을 수 있는 부분을 잘게 부분한 탕이다.

일본어 새를 [tori;鳥]라 하는 발음에 이끌려 일본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으나 순우리말이다. 일본에서 닭을 [tori;鳥]라고 사용하는 곳은 방언에도 없다. 그저 보통명사 [새;鳥]의 뜻이다. 결국 닭도리탕은 닭+도리+탕의 합성어이다.

어느 주장이 맞는지는 아직 근거가 부족해 판단하기 어렵지만 황당한 것은 국립국어원에서 '닭도리탕'을 '닭볶음탕'으로 바꾼 이유입니다. 한 나라의 언어표현을 주관하는 곳에서 고작 내놓은 소리는 '닭도리탕'의 '도리'가 일본어에서 온 것으로 보이고, 도리의 어원에 대해 다른 견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분명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말 뿐입니다. 즉, 명확한 근거에 의한 정정이 아닌 심증에 의한 정정이였다는 것이지요.

닭도리탕에서 도리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주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에 따라 순우리말일수도 일본식표현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표준어처럼 사용되던 언어를 어떠한 근거도 없이 일본식표현이라 단정하고 정정해버린 국립국어원의 처사에는 분명 문제가 있어보입니다. 논란이 된 만큼 명확한 근거나 입장을 표현해야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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