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정부가 전국의 모든 0~2세 아동에게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급하기로 한 사실은 자녀를 두거나 앞으로 자녀를 둘 부모라면 대부분 알고 계실겁니다. 0세아는 월 39만 4000원, 1세아는 34만 7000원, 2세아는 28만 6000원이 지급됩니다. 5세의 경우는 그전부터 20만원이 지원되었구요.

그런데 새로 지원되는 0~2세 보육료 지원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일단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계층에 지원한다는 점입니다. 이에 대해 찬반의견이 팽팽하지만 정작 제가 문제삼고자 하는 것은 이 부분이 아닙니다.

 

부모가 직접 양육할 경우 어린이집 보육료에 해당하는 지원금을 한 푼도 못받는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우리는 아침 출근시간에 어렵지 않게 어린이집 통학버스인 노란버스를 볼 수 있습니다. 저출산 현상으로 영유아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다는데 저 많은 어린이집이 유지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본 분이 계실겁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어린이집이 없어 아이를 맡기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렇습니다. 정부에서 새로 무상으로 0~2세 어린이의 보육료를 지원하다 보니 어린이집을 보낼 필요가 없는 부모들도 '공짜 보육료'인데 안 받으면 손해라는 생각으로 너도나도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정작 맞벌이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야하는 부모들이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2월 22일 자료를 따르면 2월 들어 20일까지 0~2세 아동의 어린이집 보육료를 신청한 사람은 20만 3000천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런 추세로 보면 이달 말까지 35만명이 신청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수치가 말해주는 것은 0~2세 아이를 둔 부모의 대부분이 아이를 직접 양육하지 않고 어린이집에 맡긴다는 것입니다.

 

<2012 보육료 지원 대상 및 금액>      *자료 : 보건복지부

한국인의 특성 상 공짜라고 하면 일단 챙기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어린이집을 다닐 경우만 보육료를 지원하고 부모가 직접 양육할 경우에는 보육료를 지원하지 않는 정책에 '보육대란'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였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대처는 생각하지 않고 정책만 일단 시행하였습니다.

부랴부랴 기존 어린이집의 여유 정원을 늘려 10만여명 정원을 더 확보하기로 했지만 이미 대기자가 40~50명 밀려 있는 지역의 경우 어린이집 구하기 대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은 영유아 때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려 부모-자녀간의 유대를 쌓아야 하는 시기인데 이번 0~2세 보육료 지원 정책은 오히려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것을 정부가 부추기는 꼴이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어릴수록 부모의 돌봄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나 안 받으면 손해라는 생각으로 억지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0~2세 보육료 지원 정책은 철저하게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들에 맞춰져 있으며 직접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에 대한 배려는 없어보입니다. 부모가 직접 양육하는 경우에도 양육수당을 늘려 부모들의 실질적인 부담을 줄이고, 아이를 직접 양육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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