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이 수원 20대 여성 토막살해 사건과 관련, 모든 책임을 지고 9일 오전 사퇴했습니다.

 

사실 상 구할 수 있었던 소중한 한 생명의 불씨가 경찰의 안일한 대처라는 바람에 꺼져버렸고, 사건 이후 경찰에서 밝힌 대부분의 사항이 거짓말로 속속 드러나는 상황에서 무너진 경찰의 신뢰회복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경찰 최고책임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 강하게 작용한 것입니다.

 

그러나 사건 대응의 문제점을 시인하고 사죄하기보다는 조직적은 은폐를 통해 피해자 유가족은 물론 국민을 우롱한 죄는 경찰청창의 사퇴로 무마되는 것이 아니며 사건 관련 책임자 모두의 문책과 동시에 경찰체제 전반을 뜯어 고쳐야 합니다.

 

 

사건 축소·은폐를 위한 경찰의 7가지 조직적 거짓말

 

① 119와 연계해 위치추적을 시도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입니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피해자의 핸드폰은 피해자와의 1분 20초가량의 통화 뿐만 아니라 바닥에 떨어져 7분 36초 가량이나 연결이 지속되었습니다. 이 시간 혹은 이후에라도 위치추적을 시도했더라면 오차범위 2~3m 이내의 피해자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더 기막힌 것은 사건 당일 밤새 피해자의 언니가 피해자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안됐고, 다음날 오전 8시 30분쯤 잠시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이를 경찰에 전했지만 경찰에서는 119에서 위치추적을 해오라고 말했고, 경찰은 이 결과를 받고 나서야 탐문수사를 시작할 만큼 허점을 보였습니다.

 

② 신고에 특정 장소 언급이 없었다.

 

뻔뻔 거짓말입니다. 이미 밝혀진 녹취록에서 보다시피 피해자는 '지동초에서 못골놀이터 방향 집 안' 이라고 수차례나 언급했고, 경찰이 이를 근거로 조기 탐문수사를 실시했더라면 분명 희망의 불씨를 살려볼 수 있었습니다.

 

③ 상가, 불 켜진 주택을 탐문수사 했다.

 

어느 신문기자가 직접 인근 주택이나 상가를 돌면서 경찰의 탐문수사 여부를 확인한 자료를 보았습니다. 170여곳가운데 탐문수사를 받은 곳은 고작 5곳 내외 뿐이였습니다.

 

④ 신고내용이 15초였다. 이후 1분 20초였다.

 

초기 신고내용이 15초 가량의 짧은 신고였다고 거짓말을 한 것도 모자라 이후 1분 20초 가량이였다고 또 다시 거짓말을 했습니다. 7분짜리 녹취록이 보고된 것은 사건 발생 이후 6일이 지나서였습니다.

 

⑤ 영장이 없어 가택수사를 못했다, 잠을 깰까봐 사이렌을 울리지 못했다.

 

사람의 생명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 경찰이 사이렌을 밤중에 울렸다고 제정신인 이상 항의할 사람 또한 없습니다. 또한 가택수사는 긴급 상황에서는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사항은 경찰의 변명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⑥ 형사과장 다음 날 새벽 2시에 현장에 도착했다.

 

사건을 총괄하는 형사과장은 사실 사건 다음날 오전 9시에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이였습니다.

 

⑦ 사퇴 의사 결정에는 본인 이외의 청와대 개입은 없었다.

 

과연 정말로 청와대의 개입이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결정이였을까요? 이제껏 많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책임자가 이토록 빨리 사퇴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버티기가 특기인 그들인데 유독 이번만은 신속한 결정을 내렸다는 뜻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내일이 총선이라는 점이 외부적인 압박과 그것이 사퇴 의사 결정에 한 몫 했다는 의심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청와대에서 긴급하게 조현오 경찰청장의 사퇴를 수용한다고 밝힌 것도 그와 관련된 사항일 거라 생각합니다.

 

조현오 경찰청장의 사퇴가 모든 것을 해결하지 않습니다. 책임문책과는 별개로 11신고센터 제도, 종합 상황실 체제개선, 치안시스템 개선, 경찰의식 변화교육 등 부실한 경찰대응에 대한 조처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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