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라면 우지파동] 역사적 진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라면 드셔보셨을 겁니다. 값싸고 맛있고 한끼식사로는 부족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라면이 간식으로 취급되고 있지만 사실 라면은 간식이 아닌 60년대 대한민국의 기아를 해결하기 위해 보급되었습니다. 60년대 중반 세상에 한국보다 배고픈 나라는 없었습니다. 전쟁 후 당시에는 북한이 남한보다 더 잘살았었습니다. 남한의 기아 문제는 해결된 기미를 보이지 않고 개인의 자급이나 구호는 물론, 국가 정책으로도 서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보다못한 삼양식품 전중융 사장은 결국 기업 차원에서 한국민의 배고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의 '묘조라면' 사장을 직접 찾아가 궁핍한 한국의 식생활을 호소하며 기술 이전을 부탁했습니다. 처음에는 거절당했지만 삼양식품 회장의 수개월에 걸친 호소에 결국 감동한 '묘조라면' 사장은 노하우 전부를 이전해주었습니다.

삼양식품은 '묘조라면'의 기술을 이전받아 삼양라면이라는 라면회사를 설립하였고 당시 한국인들에게 가장 부족했던 단백질 보충을 위해 소고기를 원료로 한 스프로 국물을 만들었습니다. 꼬들꼬들한 면을 만들기 위해 일본에서 쓰던 식물성 저가 팜유가 아닌 값 비싼 소 우지로 면을 튀겼습니다. 당시 식물성 팜유를 쓰던 일본조차 원가 상승 때문에 시도하지 못했던 이 우지는 미국 패스트푸드점이나 식당에서 사용하던 고급 기름이었습니다. 물론 가정용이나 고급 식당에서 팔리던 1등급 우지보다는 낮은 등급이었지만 그건 소고기의 등급에 따른 문제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하게 된 것이 그 유명한 '삼양라면' 대한민국 최초의 라면입니다. 이 라면은 허기진 서민들과 배고픈 아이들 그리고 끼니 챙기기 힘든 노동자들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었고 심지어 해외에 수출되어 외국의 배고픔 문제와 국가경제에 매우 큰 기여를 했습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조차 삼양식품의 인간존중 경영책을 보고 배웠다는 일화는 참 유명합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유일하게 믿고 세무조사를 하지 않았던 기업은 유한양행과 삼양라면 둘 뿐이었을 정도였으니까요. 지금까지도 인간중심의 인사정책은 적용되고 있습니다. 국민 영양을 위해 고가 원료인 소고기 재료만 고수하면서도 국민들을 위해 저가에 팔았고 삼양라면은 5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절대 가격을 올리지 않았고 당시 라면 한그릇은 10원이었습니다.

삼양의 재정이 5년 후 흑자로 돌아서고 시장이 커지자 조선일보, 동방유량, 롯데(농심), 럭키(엘지)가 라면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가격과 품질 면에서 게임이 되지 않았습니다. 삼양과 동등한 원료로 같은 가격의 라면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고 그러면서도 흑자를 보는 것은 기적에 가까웠습니다. 삼양은 이윤이 아닌 서민의 배고픔 해결을 1순위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삼양식품의 저가가격에 다들 가격도 못올려보고 적자로 허덕이다 망한이유가 그것이며 식물성 저가 팜유를 써서 근근히 연명하던 타 라면사들의 면발은 맛도 없고 꼬들꼬들한 느낌도 없었습니다.

삼양은 그렇게 이 나라의 대표 인스턴트 식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 80년대말 라면에도 다양성과 고급화를 바라는 소리가 나오고 빙그레, 야쿠르트, 오뚜기까지 라면 사업에 뒤늦게 합류했고 심지어 전두환 부인인 이순자부인께서도 '청보식품'이라는 라면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시장이 다양해지고 배고픔마저 잊은 국민들은 이제 서서히 순하고 담백한 맛의 삼양 라면의 맛에 싫증내기 시작했고 뇌기능 저하의 치명적 화학 조미료인 MSG를 퍼붓어 매운맛 짠맛 단맛만 자극적으로 강조한 라면에 혀가 마비되기 시작했습니다. 라면 시장은 그야말로 전쟁터였습니다. 결국 삼양라면의 시장 점유율은 40%까지 내려앉게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삼양라면이 20년간 써온 2등급 소고기 우지가 노태우 정권 시절 '공업용 우지'로 보건사회부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것입니다. 문제의 공업용 우지는 미국 고급 식당이나 가정, 패스트푸드점에서 사용하는 2등급 고가 우지였지만 모든 언론사들은 이것을 마치 폐기물로 쓰는 쓰레기 오일로 보도하였고 결국 라면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던 삼양라면은 이 사건 직후 5%까지 매출이 감소했고 80년대 당시 4000여억원의 손실을 입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직원 80%가 실직하였으며 160만박사의 라면을 폐기처분하였습니다. 결국 라면 시장은 롯데(농심)에게 전부 내주게 되었고 마가린과 쇼트닝 회사마저 롯데에게 내주게 됩니다.

그로부터 5년 후.. 식용 우지가 고급 기름이고 미국 가정에서도 쓰이기 때문에 무해하다는 법원 판결이 났지만 삼양라면은 이미 피범벅으로 식물인간된 상황이었고 그 기사조차 부패 언론에서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우지 파동때는 앞다투어 1면에 선정성 기사를 내걸고 무혐의가 되자 꼭 보도할 의무는 없다며 외면한 것입니다.

지금도 우리 부모님세대 머리속에 삼양라면 하면 떠오르는 것이 '고마움' 과 '공업용 우지' 입니다.

언론이 그래서 무서운 것입니다.
유일하게 삼양라면만이 MSG를 넣지 않고 있습니다. MSG를 넣으면 이런 자극적 입맛으로 버려진 라면 시장에서 삼양라면도 금방 예전의 명성을 되찾겠지만 삼양라면은 절대 그러지 않았습니다.

67년 당시 창업주 전중융 사장이 남대문을 걷다가 꿀꿀이 죽이라도 얻어 먹으려고 기다리던 가난한 아이들을 보고 그 자리에 주저 앉아 한참동안 눈물을 흘린 후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그 잘 나가던 제일생명을 팔고 그 돈으로 일본에 구걸하여 기술을 이전받아 만든 대한민국의 유일한 양심적 먹거리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P.S 저는 삼양과 관련된 어떠한 사람도 아니며 그저 지극히 평범한 블로거일 뿐입니다. 식품선택은 개인의 기호이며 2011년 현재 수많은 라면회사들은 어떻게 라면을 제조하고 유통하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예전의 삼양라면이 우리나라 국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해 주었으며 돈 몇푼 벌자고 국민간식인 라면의 값을 인상하는 현세태가 한심해서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