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 '1억 퀴즈쇼'에 ○○○ 없는 초등학교가 문제로 나왔습니다. 정답이 무엇일까요? 그 퀴즈쇼에서 제시한 문제의 정답은 '운동장' 이였습니다. 일부 초등학교 비싼 토지값으로 운동장이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운동장 없는 학교의 체육수업에 문제를 제기했고,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이슈화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운동장 없는 초등학교가 아니라 담장 없는 초등학교입니다. 대구에서 시작되어 전국적으로 확산됐던 담장허물기 운동이 있었습니다. 담장 없는 학교 사업은 학교공원화 사업이라고도 불리며 지역 주민들에게 학교 시설을 개방해 공원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으며 언론에서 양면성은 무시한채 오로지 장점만 부각시켰고 결국 전국적으로 퍼졌지요. 실제로 2000년 이후 담장을 철거한 학교는 1,165개교로 전체 학교의 10%가 넘었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후속조치는 기가 찰 정도입니다. 1,165개교 중 오로지 93개교만이 CCTV설치나 배움터지킴이 배치 등 후속조치를 취했습니다. 나머지 1,072개교는 담장만 허물었을 뿐 범죄예방에 관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지요.

학교의 담장을 허물지 않은 학교도 학교공원화 사업의 영향으로 지역 주민에게 개방적으로 변했습니다. 학교에 낯선 사람이 들어와도 지역 주민이 운동하는거겠지라는 생각으로 모두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되었지요. 그 결과 2010년 김수철 사건을 포함한 수많은 아동성범죄가 학교안에서 학생을 유인해 발생했습니다.

결국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공원화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없앤 담장을 2011년 다시 설치하도록 하였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지만 또 다시 소를 잃는 것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지요. 반면 도심 속 녹지공간 확보의 취지로 애써 허문 학교 담장을 사실상 다시 설치하는 '오락가락' 정책에 비난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지만 아이를 둔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담장을 다시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할 수는 없습니다.


오락가락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더 웃긴 것은 정작 교과부는 별도의 예산 지원도 없이 지자체에 설치비용을 전부 부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본인들도 민망했는지 그나마 비용이 적게 드는 '투명펜스'를 설치하도록 하였습니다. 투명펜스라 하더라도 학교당 보통 3000~4000천 만원의 비용이 요구되는데 그 비용을 전부 지자체에 부담하도록 하다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역시나 지자체 측에서는 '기 추진했던 학교에 예산을 재차 투입해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담장허물기사업을 추진하지 않은 학교에서 투명펜스를 요청할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기존에 담장허물기 사업에 참여했던 학교에 재차로 투명펜스담장을 설치하는 것은 탁상공론에 불과할 뿐입니다.

요즘 뉴스를 틀때마다 접할 수 있는 성범죄사건을 보면 예산의 낭비라 할지라도 학교 담장을 재설치하는데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아무래도 학교 담장과 CCTV를 공동설치하면 낯선 외부인 출입 예방에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본인들이 허물었던 담장을 재설치하는데 전적으로 지자체에 부담을 주기보다 쓸데없는 교육정책에 낭비되는 예산 확보해서 지원해야 할텐데 그렇지 않으니 한숨만 나올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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